수도권의 명산 관악산 692m
깔딱고개 - 연주대 - 주능선 - 관음사
아침부터 비 내리는 길을 나섭니다. 종일 비소식과 오후에는 눈이 온다는 예보에 실컷 눈 구경을 하고 싶었습니다. 겨울 산행의 매력 중에 눈 산행은 더할 나위 없이 짜릿합니다.



백석의 시처럼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푹푹 눈 나리는 날, 세상에 지는 것도, 세상이 더러워서도 아닌 그리움에 사무치고, 사랑에 물들어서 눈을 맞는 것도 불온한 낭만이 아닐까요.
겨울비가 나리고, 눈 나리는 날 산행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있습니다. 감성 터지는 날입니다.










오늘 관악산 코스는 지난번 팔봉능선 코스와 비슷하지만 깔딱고개를 넘어서 짜릿한 암릉 구간과 숨을 멎을 것만 같은 절경을 만나는 곳입니다. 하산은 주능선을 타고 사당역으로 향했습니다.
숨이 깔딱거릴 정도로 힘들게 오르는 고개, 등산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마주하는 고비의 순간이 있습니다. 비 오듯 땀을 쏟고, 다리는 후들거리며, 최대심박수를 찍으며 넘는 마의구간. 포기하고 싶을 만큼 고됩니다. 그러나 그 고통을 견디지 않으면 정상에 닿을 수 없다는 진리.
깔딱고개는 높은 산에도, 낮은 산에도 존재합니다. 살면서 깔딱고개 한 번 없는 인생이 있을까요. 사는 날 동안 깔딱고개는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을 결코 피하지 않는 용기와 비슷합니다.
낙성대역 4번 출구 근처 2-1번 버스를 탑승해서,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에서 출발합니다.
눈 덮인 산에서 가장 힘든 건 산짐승들입니다. 작은 새들이 낮게 날며, 먹이를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비가 눈으로 바뀌는 순간을 목도하는 전율. 산다는 것은 누군가와 같이 눈길을 걷고 싶다는 것.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일까요.
누군가가 걸어놓은 온도계는 정확하게 0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말의 온도가 있다면, 내 말은 누군가에게 얼마큼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었을까요. 마음의 온도가 있다면, 내 마음은 한 번이라도 뜨겁게 자신을 불태웠던 적이 있을까요. 충분히 마음을 적시는 온도입니다.
나의 속도는 인연을 마주할 만큼 느리거나, 빠르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너무 느려서 놓치거나, 너무 빨라서 지나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나의 높이가 누군가에게 깔딱고개가 되고 있지는 않는지, 너무 힘들어서 주저앉더라도 다시 일어서기를, 위기를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잃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관악산의 모든 등산로가 집결하는 곳, 오늘 연주대 정상에서는 도시와 산 그리고 하늘을 바라볼 수는 없습니다. 대신 푹푹 눈은 나리고, 붉은 연등을 매단 절벽 위의 절은 누군가에게 잊지 못할 풍경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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