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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순간

한라산 겨울 눈꽃 산행의 진수 그리고 얼음꽃 세상

by JOY's Story 2025. 12. 18.

관음사 - 성판악
최고 고도 1,947m 누적 고도 1,547m, 이동 거리 20.94km

2025년 12월 15일 월요일 오전 6시 관음사 탐방 통제소 통과, 성판악으로 오후 2시 34분 하산했던 약 9시간의 겨울 산행에 대한 기록입니다.


네이버 일기 예보는 16일 화요일은 기온이 봄날처럼 따뜻하지만 약간 흐릴 것으로 예보되었고, 15일 월요일은 낮 기온이 10도 정도, 화창한 날씨였습니다. 높은 온도 때문에 눈이 녹을 것이라는 생각에 15일 산행으로 전면 수정했습니다.

지난 13일 토요일 눈이 푹푹 나리는 날, 한라산 겨울 산행을 결심한 것.
원래 12월 16일 화요일 탐방 예약했다가 날씨 예보를 보고 갑자기 15일 월요일로 산행을 변경한 것.
관음사 코스로 등산, 성판악으로 하산한 것.

순간의 선택이 모여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기게 된 것 같습니다. 인생 겨울산행이 있다면 단연 이번 산행을 꼽겠습니다. 살면서 관음사 코스 상고대처럼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풍경을 보았던 적이 있을까요.


설악산을 너무나 좋아하는 개인 취향도 조금은 흔들릴 것 같습니다. 한라산이 왜 대한민국 최고 높이의 산인지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을 헤드랜턴에 의지해 진흙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눈밭을 걷는 감촉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빵가루를 뿌려 놓은 것처럼 달콤하고, 바삭거립니다.

걷고, 탄성을 토하고, 사진을 찍고, 울컥했던 모든 순간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스름한 산세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태양과 전사의 심장처럼 타오르던 삼각봉의 자태. 내가 꿈꾸었던 한라산의 겨울은 웅장했고, 찬란했으며, 자연이 빚은 결마다 신비로웠습니다.


한라산의 얼음꽃, 상고대는 눈꽃 산행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혹한의 온도와 수증기 그리고 바람이 만들어 낸 작품. 남극의 기지처럼 경이롭고, 천사의 날개처럼 황홍했습니다.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던 그리스 신화 속 이카로스의 날개처럼 정교하지만 쉽게 부서질 것만 같아 조바심이 났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진 날개도 너무 낮게 날면 물에 젖고, 너무 높게 날면 태양에 녹아버릴지도 모르는 것은 아닐지.

백록담 정상에서 우리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납니다. 인증 사진을 찍으려고 성판악으로 올라오는 길에 늘어선 선남선녀의 줄은 마치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대기표를 받으려는 행렬처럼 장엄했는데, 한라산은 그마저도 따뜻하게 품어주었습니다.


성판악으로 하산하는 길은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사람들과의 짧은 눈인사가 길게 이어집니다. 얼마큼 남았냐는 질문에 조금만 오르면 된다는, 거의 다 왔다는 말이 누군가에게 용기를 불어넣었기를 바래 봅니다. 누군가는 성판악으로 오르고, 누군가는 관음사로 오르는 선택은 각자 어떤 이유로 용기를 내었고, 어떤 풍경을 꿈꾸었든 저마다에게 산이 허락한 만큼의 전율로 뜨거웠기를 소망합니다.  

봄날의 진홍빛 꽃무리를 추억하는 진달래밭 대피소, 추락하는 날개처럼 툭툭 녹아버리는 눈꽃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내고, 다시 한라산을 향한 그리움이 일렁이는 속밭 대피소를 지나면 날개 달린 노인이 되어 현실과 환상, 일상과 상상의 경계를 꿈꾸듯 넘나들었던 오늘의 산행이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만 같아서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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