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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순간/산티아고 순례

산티아고 순례길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by JOY's Story 2025. 10. 28.
산티아고 순례길 어떤 속도로 걸어야 할까.
순례길의 속도는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볼지를 결정한다.
나의 속도가 힘들고 지친 내 삶에 따뜻한 위로와 선물이 되기를.

 

순례자들은 모두 저마다의 속도가 있다
순례길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미지의 세상에서 나만의 속도로 걷기
야고보가 걸었던 길, 알폰소 2세가 걸었던 길의 속도
느림이 주는 위로

 

순례길에서 놓치면 후회하는 것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는 사람들은 개인의 상황에 따라 주어진 시간과 거리가 있다. 휴가 계획이나 개인의 체력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 프랑스 길은 최종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나 시간, 알베르게의 상황을 따지면서 일정을 미리 짜야 한다. 매일 도착지를 정하고 걷다 보면 그만의 속도가 나온다. 저마다의 속도는 모두 다르다. 칠십 세의 나이에 순례길을 뛰는 사람도 있다. 순례길을 빠르게 걷는 사람도 많다. 최종 목적지까지 빠르게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사람도 있다. 그들만의 속도로 접하는 순례길의 풍경과 만남이 있다.

 

순례길은 미지의 세상이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쌓여 나를 만드는 시간

 

순례길의 속도는 단순히 발걸음의 속도가 빠르거나, 느림으로 계산할 수 없다. 언제 도착할지, 어디에 도착할지 계산법대로 진행되지도 않는다. 순례길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순례자들에게 길은 모두 미지의 세상이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낯선 길 위에서, 세계 각국에서 온 낯선 사람들을 만난다. 한 번도 접하지 못한 상황을 만나기도 한다. 누군가는 앞서고, 누군가는 뒤처진다. 심장이 터질 듯이 나아갈 때가 있고, 목마르고, 주린 마음으로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다. 걷는 동안 삶의 무게와 호흡을 고스란히 마주한다. 흙의 감촉, 바람의 속삭임, 꽃의 춤사위와 새의 노래, 한 걸음, 한 걸음이 쌓여 나를 만드는 시간이다. 그 속도 자체가 순례다.

하늘의 시간을 따라 걷는 길

 

이 길을 처음 밟았던 사람들, 예수의 제자 야고보가 걸었던 미지의 땅끝, 스페인까지의 걸음은 예수의 죽음 이후에 자신도 십자가 길에 서겠다는 순교의 길이었다. 언제 도착해야 하는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길 위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날지 아무도 몰랐다. 지팡이 하나를 의지하고, 씻지도 못한 순례자의 몰골로 과연 무엇을 기대했을까. 어쩌면 그도 십자가의 길에서 죽겠다는 의지는 아니었을까. 야고보의 걸음은 강도의 위험과 이교도의 싸늘한 눈빛을 마주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스스로 길을 내는 여정. 사도의 속도는 째깍째깍 초침이 도는 세상의 시간이 아닌, 초조함도 미련도 털어낸 듯 하늘의 시간을 따라 걷는 그만의 속도였다.

 

순례길을 걷는 용기

 

왕의 순례, 직접 야고보의 무덤이 있다는 산티아고를 향했던 알폰소 2. 그에게 순례는 억눌리고, 잔뜩 주눅 든 백성들을 일으키려 했던 간절한 열망이었다. 한없이 초라하고, 무기력한 백성들의 가슴을 뜨겁게 태우고 싶은 군주의 마음. 그가 먼저 발바닥으로 밟는 흙과 돌의 고통, 피레네 산맥의 비와 바람을 맞서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내서 그 뒤를 따를 농부와 사제들의 얼굴을 마주하는 꿈. 순례길을 걸으면서 한 가닥 희망이든, 신앙이든 사그라지는 불씨를 다시 태워보려 했던 절박함은 아니었을까.

 

깃털처럼 가벼워진 마음, 경외의 속도로 나아가는 것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석양이 들판으로 가라앉을 때, 나는 묻는다. 갈리시아 왕이 응시했던 하늘의 색감도 이토록 강렬했을까. 철의 십자가 앞에서 한참을 멈춰 섰다. 십자가 아래 돌멩이 하나를 내려놓을 때, 그의 시간은 멈췄다. 천근만근 무겁기만 한 발걸음에 비해, 깃털처럼 가벼워진 마음으로 백성을 바라보고, 기다려주는 것. 권력의 속도가 아닌 경외의 속도로 천천히 나아가는 것. 그가 꿈꾸었던 왕국의 시간은 멈췄지만, 언젠가 갈리시아의 아이들이 어머니 손을 잡고, 산티아고로 향하는 날이 오길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고 있었다.

 

순례길이 주는 울림을 고스란히 마주하는 속도

 

나의 속도가 너무 느려서 앞서간 인연을 놓치지 않기를 기도한다. 너무 빠르게 걷느라 지쳐서, 양 떼의 이동, 쏟아지는 별빛, 천년의 시간이 주는 울림에 소홀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때로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느림을 기도한다. 앞만 보고 살았던 날들에 대한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뒤로 돌아서야만 비로소 보이는 풍경에 대한 전율.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힘들고 지친 내 삶에 주는 선물이 되길.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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