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산티아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 입구에서 스코틀랜드 전통의상 킬트를 입고 백파이프를 연주할까.
순례길의 종착지, 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는 왜 0km 표지석이 없을까.
순례자들의 완주를 축하하는 백파이프 연주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순례길의 종착지에 도착하면, 순례자들은 어떤 감정을 느낄까.
마녀의 수프처럼 달콤하면서도 아린 연주
켈트족의 슬픈 역사. 공동체의 기억과 감정
위로와 모험이 공존하는 사연
순례자들은 어떤 감정을 느낄까.
순례자들은 종착지까지의 남은 거리를 나타내는 표지석을 보면서 절망하기도 하고, 때로는 희망을 품는다. 숫자가 적어질수록, 마지막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러나 정작 마지막을 알리는 0km 표지석은 어디에도 없다. 산티아고 순례길에는 한마디로 단정할 수 없는 많은 감정이 교차한다.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모호한 감정들이다.
무사히 완주했다는 성취감과 이유를 알 수 없는 결핍에 대한 후회가 공존한다.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았다는 안도와 다시 배낭을 짊어지고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만 같은 욕망이 대성당 천장에 매달려 흔들리는 향로처럼 뿌옇다. 연기처럼 몽롱한 아쉬움이다.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통하는 아치형 통로에는 백파이프를 연주한다.
마녀의 수프처럼 달콤하면서도 아리다.
산티아고 대성당이 가까워지면, 순례자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한다. 소리는 점점 주술처럼 빨라진다. 장엄하고, 애절하면서도, 환희에 들뜬 복잡한 소리다. 온갖 감정들을 넣고 끓인 마녀의 수프처럼 달콤하면서도, 아린 맛이 느껴졌다. 광장으로 통하는 아치형 통로에서 순례자들이 먼저 만나는 것은 스코틀랜드 전통의상 킬트를 입고, 백파이프를 연주하는 무명의 연주자다.
긴 여정을 마친 순례자의 마음을 다독이는 위로이며, 영혼을 만지는 울림이다. 음악은 연주자를 바꿔가며 종일 이어진다. 순례자들은 환호성이 아니라, 점점 숙연해진다고 표현한다. 이 장면이 전 세계 순례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데는, 깊은 문화적, 역사적 의미가 숨어 있다.
켈트족의 정체성과 자유를 지키는 소리, 공동체의 기억과 감정
스코틀랜드 전통의상인 킬트(Kilt)를 입고 백파이프를 연주하는 모습은 에든버러 등 스코틀랜드 주요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전통문화이다. 킬트는 스코틀랜드 고지대 남성들이 입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주름진 천을 허리에 두르고 입는 의상으로, 고유한 색깔과 격자무늬는 가문(클랜, clan)의 소속과 정체성을 나타낸다.
백파이프(Bagpipe)는 군대의 행진곡, 장례식, 결혼식, 축제 등 공식 행사에서 연주되며, 공동체의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악기다. 기쁨과 슬픔이 함께 녹아 있다. 최대 16km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소리가 크다.

왜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스코틀랜드 전통의상과 민속 악기로 연주하는 걸까.
켈트족의 슬픈 역사가 있다.
역사적으로 이 문화의 유래는 아일랜드, 스코틀랜드에서 살았던 켈트족으로 시작한다. 지금도 갈리시아 해변엔 켈트족의 흔적과 문화가 남아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축구클럽 “셀타비고”에서 “셀타(Celta)”가 스페인어로 켈트족을 의미한다. 유럽의 땅끝, 0km 표지석이 있는 피스테라(Finisterre)에도 백파이프 연주 소리가 들린다. 중세시대부터 그들이 스코틀랜드 북동부에서 출발해서 야고보의 무덤을 향했던 켈트 순례길은 해상 순례길로, 현재 스페인 비고(Vigo)에서 출발하는 포르투갈 길과 닿아있다.
한때 번성했던 그들은 로마의 점령으로 쇠퇴했고, 로마의 문화에 동화되었다. 어쩌면 순례자들을 맞는 백파이프 연주는 지금까지 그들의 정체성과 신앙을 지키는 소리인지도 모른다. 슬픈 역사를 품은 실낱같은 저항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켈트의 후손이며, 세계 각국의 순례자들을 환영하는 신앙과 역사 그리고 문화의 전령이다. 순례와 여행의 중심지, 다양한 문화와 전통이 만나는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아직 죽지 않았다고, 살아있노라고 외치는 장엄하고도 애절한 숨결이다.
위로와 모험이 공존하는 사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순례자들은 백파이프 선율에 젖어, 감격과 연민의 감정에 휩싸인다. 길 위에서 느꼈던 작고, 짧았던 그러나 소중한 기억들을 부둥켜안고 어떤 이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고, 어떤 이는 광장 바닥에 하염없이 눕는다. 성당 돌벽에 그을린 손을 얹고 저마다의 안녕과 작별을 기도한다.
국적도, 언어도, 시대도 초월하는 언어로 연주자와 순례자, 모두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가슴에 담는 의식이다. 동시에 스스로 미워하고, 학대했던 나를 향한 용서와 믿음이다. 내 곁을 지켜온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고, 간절함이다. 순례길에서 견디고, 다시 일어섰던 위로와 모험이 공존했던 사연이 담긴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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