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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순간/산티아고 순례

산티아고 순례길, 나의 땅끝으로 가는 길

by JOY's Story 2025. 10. 31.
산티아고 순례길이 끝났는데, 나는 왜 다시 묵시아와 피스테라를 가려는 걸까.
순례길의 종착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는 왜 0km 표지석이 없는 것일까.
세상의 끝, 유럽의 땅끝, 0.0km 표지석이 있는 곳, 피스테라(Fisterra)와 묵시아(Muxía)
세상 끝에서 다시 태어나 새로운 삶을 꿈꾸게 하는 길
걷는 순례를 마치고, 다시 시작하는 삶의 순례

 

묵시아와 피스테라가 순례자에게 주는 3가지 의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에서 피스테라(Fisterra) 또는 묵시아(Muxía)로 가는 3가지 방법
피스테라와 묵시아 5일 추천 일정
묵시아와 피스테라 100배 즐기는 법. 묵시아와 피스테라에서 꼭 해야 할 일.

 

길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시작되는 길이 있다.

 

순례길의 종착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는 0km 표지석이 없다. 순례길을 걷는 내내 내가 걸어온 길과 나아갈 길을 계산하는 법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그곳이 순례의 종착점이자, 새로운 순례의 시작점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오브라도이로 광장(Praza do Obradoiro) 중앙에는 순례의 도착 지점을 상징하는 조개껍데기 표지가 바닥에 새겨져 있다. 순례자들은 산술적인 0km 지점이 아니라, 야고보의 무덤을 향해 걸어왔던 순례자의 이유를 마음으로 새긴다.

 

순례자들은 자신만의 순례길을 완주하고, 야고보의 무덤 앞에 선다. 그가 바라고, 꿈꾸었던 세상의 땅끝, 길이 없는 곳에서 길을 내고, 묵묵히 나아갔던 십자가의 길을 생각한다. 그리고 작정이라도 한 듯 내려놨던 배낭을 짊어지고, 다시 순례길을 시작하는 곳이 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100km가량 떨어진, 스페인어로 땅끝을 의미하는 피스테라(Fisterra)와 묵시아(Muxía). 지금까지 걸었던 산과 들이 아니라, 바다로 향하는 길이다. 다른 순례길의 종착지, 피스테라에는 0.0km 표지석이 있다.

길 위의 전환점, 순례자들의 땅끝은 어디일까.
걷는 순례를 마치고, 다시 시작하는 삶의 순례

 

1. 세상의 끝, 피스테라(Fisterra)

산티아고에서 출발한 순례자들이 피스테라의 절벽 끝에 도착하면, 끝없는 대서양이 펼쳐진다.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바다. 두 발로는 더 나아갈 수 없는 땅에 등대가 있다. 오랜 세월, 바닷바람을 견디고, 묵묵히 칠흑 같은 바다를 밝혔던 이유를 생각한다. 유럽인들에게 대서양은 세상의 끝(The End of the World)이었다. 피스테라 지명은 땅끝을 의미하는 라틴어 “Finis Terrae”에서 유래한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경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일몰에 물드는 곳. 삶과 죽음, 끝과 시작을 상징하는 땅. 중세 순례자들은 피스테라에서 자신의 옷과 신발을 태웠다. 과거를 버리고, 새롭게 태어나는 의식이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이 새로운 삶의 길로 이어지는 정화의 과정이다. 피스테라의 석양은 진정한 순례의 완성과 새로운 삶의 탄생을 말한다. 검푸른 바다 심연으로 가라앉는 태양을 보며 내가 걸어온 길과 나아가야 할 길을 묻는다.

 

2. 성모의 땅, 묵시아(Muxía)

성모 마리아가 배를 타고 나타나 사도 야고보를 격려했다는 전설의 땅, 묵시아는 피스테라에서 북쪽으로 이어진 해안 마을이다. 그 자리에는 성모의 바위 성당(Nosa Señora da Barca)이 있다. 배의 잔해처럼 생긴 거대한 돌들을 갈리시아 사람들은 성모가 탔던 배의 흔적으로 여긴다. 혼자 걸었던 땅끝에서, 성모의 발자취를 따라 다시 시작하는 동행의 여정을 상징한다. 청동으로 만든 등산화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가만히 순례길 내내 함께 고생한 내 신발을 가지런히 놓아보라. 흙먼지 묻고, 닳은 밑창을 어루만지는 거룩한 예식. 길이 끝나는 곳에서 스스로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 녹슬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닳아서 없어지길 기도하라. 진짜 고생했다고, 한 줌 아쉬움도 남기지 말고, 신발을 보내는 마음으로.

 

3. 묵시아와 피스테라가 순례자에게 주는 3가지 의미

  • 순례길을 완성하는 여정, 내가 나아가야 할 땅끝은 어디일까.
  • 길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길을 내는 여정, 진정한 침묵과 명상을 배우는 길.
  • 새롭게 출발하는 여정, 피스테라 등대 앞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다짐하는 새로운 삶의 결심.

묵시아와 피스테라 100배 즐기는 법.
세상의 끝, 새로운 시작의 땅,️ 피스테라(Fisterra)에서 해야 할 일

 

1. 피스테라 등대(Faro de Fisterra)에서 세상에서 가장 뭉클한 석양을 바라보기. 순례길에서 낡은 신발이나 옷을 태우는 의식은 환경 보호 차원에서 더는 할 수 없다. 마음으로 태워보자. 그리고 순례자 조각상(Statua del Peregrino) 앞에서 사진 찍기..

 

2. 산타 마리아 성당(Santa María das Areas)은 고딕 양식의 건축물로 중세 순례자들이 피스테라에 도착해서 마지막 기도를 드렸던 곳이다. 황금 수염의 그리스도상(Cristo de la Barba Dorada) 감상하기.

 

3. 랑고스테이라 해변(Playa de Langosteira)에서 발 씻기. 순례자들이 바다에서 발을 씻던 전통의 장소이다. 피스테라에서 가장 긴 해변을 맨발로 걸어보자. 모래를 밟는 감촉을 느끼며, 하늘과 바다를 품는 감동적인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4. 피니스테레나(Finisterrana) 받기. 산티아고에서 받는 완주 인증서와는 이름도, 모양도 다르다. 피스테라 순례자 사무실(Albergue de Peregrinos)에서 여권을 보여주고, 세상의 끝까지 걸은 순례자만 받는 증서를 받자.

 

성모 마리아의 위로와 동행의 땅, 묵시아(Muxía)에 가면 해야 할 일

 

1. 성모의 바위 성당(Nosa Señora da Barca)에 가면 배 모양처럼 생긴 전설의 바위가 있다.

흔들리는 바위(Pedra de Abalar)를 흔들어보자. 믿음이 있는 사람만 움직인다는 전설이 있다. 허리의 바위(Pedra dos Cadrís)에 아픈 허리를 대면 낫는다는 전설이 있다.

 

2. Camariñas 해안 산책하기. 묵시아에서 피스테라로 이어지는 바다를 죽음의 해안(Costa da Morte)으로 부른다. 절벽과 파도가 만든 경치를 감상해 보자.

 

3. 묵시아까지 걸은 순례자 증명서(Muxiana Muxía)를 받자. 순례자 사무실에서 산티아고 순례자 여권을 제시하면 된다. 2곳의 땅끝을 모두 걸은 순례자가 되었다.

 

4. 묵시아 몬떼 꼬르비뇨 전망대(Mirador do Monte Corpiño)는 대서양과 마을을 한 번에 조망할 수 있는 아름다운 전망대이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에서
피스테라(Fisterra) 또는 묵시아(Muxía)로 가는 3가지 방법

 

1. 걸어서 가기(Camino Finisterre–Muxía)

산티아고 대성당 앞 Obradoiro 광장을 출발해서, 유럽의 땅끝 피스테라와 묵시아로 이어지는 약 120km의 공식적인 순례길이다. 겨울 순례길은 일부 시설이 문을 닫을 수 있어서, 중심 도시 위주로 일정을 짰다. 피스테라와 묵시아 일정은 각자의 취향에 맞게 바꿀 수 있다. 두 도시를 연결하는 해안 길은 약 28km, 하루에 충분히 이동할 수 있는 거리다.

피스테라와 묵시아 추천 일정
일정 도착지 km 특징
1 네그레이라(Negreira) 22km 도시를 벗어나 아름다운 숲과 계곡 길로 접어드는 구간
2 올베이로아(Olveiroa) 33km 전형적인 갈리시아 전원 풍경
3 쎄에(Cee) 31km 순례길에서 처음 바다를 만나는 감동
4 피스테라(Fisterra) 15km 순례의 진정한 마무리
5 묵시아(Muxía) 29km

 

2. 버스로 이동하기. 가장 실용적인 방법이다.
운행 회사 Monbus
출발지 Santiago de Compostela 버스터미널(Estación de Autobuses)
소요 시간 산티아고 피스테라 약 2시간 30
산티아고 묵시아 약 2시간 15
피스테라 묵시아 연결 버스 약 1시간
예매 공식 사이트(https://www.monbus.es) 또는 자동 발권기에서 구매 가능. 좌석 지정, 모바일 티켓 가능.
요금 편도 10-13, 왕복 약 20
운행 횟수 보통 오전 9시에서 오후 7시 사이 3-5회 운행, 시즌에 따라 다르다.
터미널 도착 후 이동 방법 피스테라 등대까지 약 3km 도보 이동
묵시아 성모의 바위 성당까지 도보 15

 

3. 택시로 이동하기. 가장 빠르고 편한 방법이다.

여러 순례자가 함께 이동할 경우, 공유 택시(Shared Taxi) 또는 Camino Transfer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30분이고, 비용은 전체 80-120이다. 4인 기준일 때, 1인당 비용은 약 25-30로 각자 나누어 내는 방식이다.

 

평생 잊지 못할 순간, 삶의 순례를 시작하는 나의 밤 기도는 깊어 간다.

 

피스테라 등대의 석양과 묵시아 성당의 파도 소리는 순례자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을 것이다. 순례길의 마지막 밤에는 침묵의 시간을 가져보자. 말없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파도 소리, 바람 소리에 귀를 대보자. 그리고 고마운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자. 순례의 편지에 감사하다고,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해보자. 세상 끝에서 다시 태어나 새로운 삶을 꿈꾸게 하는 길. 걷는 순례는 마쳤다는 위로, 다시 삶의 순례를 시작하는 선물 같은 밤이 깊어 가고 있다.

 

*인용, 정호승의 봄길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
함께 보면 좋은 글   산티아고 순례길 - 아름답고도 슬픈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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