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나는 세요(Sello) 수집가입니다. 스탬프를 모으면 어떻게 될까요? 나는 순례자인가, 세요 수집가인가.
순례자의 보물 찾기
녹슬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닳아서 없어지겠다는 서약
세요에 담긴 산티아고 순례길의 추억

순례자 여권은 왜 필요하죠?
“세요(Sello)”란 무엇일까요?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 길을 상징하는 세요 5가지, 세요에 담긴 특별한 의미
세요에 담긴 산티아고 순례길 추억
순례자의 보물 찾기
산티아고 순례길 스탬프, “세요(Sello)”는 스페인어로 도장, 인장을 뜻한다. 순례자들은 보물 찾기라도 하듯 순례자 여권(Credencial)에 스탬프를 모은다. 세요는 순례자의 걸음을 증명하고, 그날의 기억을 남기는 중요한 상징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출발지, 생장 순례자 사무실에는 순례자들이 배낭을 메고, 길게 늘어서 있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순례자 여권(Credencial del Peregrino)을 발급하기 위해서다. 순례자라면 반드시 소지해야 하는 공식 문서로, 순례길의 여정 동안 숙박을 할 때도, 식사할 때도 신분증처럼 사용한다. 여권 없이는 순례자의 숙소에 머무를 수 없다. 성당, 수도원, 순례자 사무소, 순례자 협회 등에서 무료 또는 소액 기부로 발급받는다. 순례자 여권은 종이 한 장을 여덟 번 길게 접은 형태로, 여러 개의 네모 칸이 그려져 있다. 순례자는 자신이 머문 알베르게, 성당, 카페, 마을의 작은 수도원에서 세요(sello)를 찍으며 자신의 까미노 여정을 기록한다. 스탬프를 수집한 여권은 순례길의 종착지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콤포스텔라(Compostela, 공식 순례증명서)”를 받는 증명서가 된다. 역사적으로도, 순례자들이 통행의 제한을 피해 자유롭게 산티아고를 여행할 수 있는 허가증이었다.
녹슬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닳아서 없어지겠다는 서약
종착지까지 마지막 100km가 남은 지점부터는 하루에 최소 2개의 세요가 필요하다. 순례자들은 수도원, 성당, 알베르게(순례자 숙소), 식당 등 방문하는 장소에서 세요를 찍을 수 있는지 확인한다. 세요는 순례자가 남긴 그날의 발자취이고, 증명이다. 오늘 어디에서 출발했고, 어디에 머물렀는지를 말해준다. 800km의 프랑스 길 위에 남긴 흔적이다. 같은 길을 걸었다 해도, 순례자들의 세요는 서로 다르다. 세요를 받을 때마다 점점 더 무거워지고, 낡고, 닳는 여권은 마치 인생을 말하는 것만 같다. 녹슬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닳아서 없어지는 인생이 되겠다는 서약. 나는 오늘 이 길 위에 있었다는 독백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세요를 찍는 장소
- 성당(Catedral, Iglesia) : 가장 전통적인 세요, 종교적인 문양이 많다.
- 알베르게(Albergue) : 순례자 숙소로써, 대체로 개성이 뚜렷하고, 흥미로운 세요도 많다.
- 바(BAR), 카페, 레스토랑 : 커피나 식사를 하면 세요를 찍어준다.
- 관광안내소(Oficina de Turismo) : 순례자들이 지나거나, 머무는 마을에서 받는 공식 세요이다. 마을마다 문양이 다르다.
- 수도원, 성지(Monasterio, Santuario) : 예술적이고, 정교한 도안이 많다.
- 박물관, 우체국, 시장 등에서는 현대적인 세요를 찾아볼 수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 길을 상징하는 세요 5가지, 세요에 담긴 특별한 의미
- 1. 순례자 그림이 새겨진 세요 : 구간마다 특징이 담긴 세요로, 순례자의 다양한 얼굴을 담고 있다.
- 2. 조개껍데기 모양 세요 : 산티아고의 대표적 상징을 담은 도안이다.
- 3. 묵시아(Muxía) 세요 : 바다와 바위, 성모의 상징이 함께 새겨진 문양이다.
- 4. 라바케리오(Lavacolla) 세요 : 순례길의 종착지 Santiago de Compostela까지 약 10km를 남긴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 작은 마을이다. 순례자들이 여기에서 산티아고에 도착하기 전에 몸을 씻고, 정화했던 전통과 연결되어 있다.
- 5. 왁스 세요(sello de cera) : 뜨거운 밀랍 혹은 왁스를 녹여, 여권에 찍으면, 매끄럽던 표면에 도톰한 감촉이 생긴다. 중세 고유의 문양이 새겨진 금속 인장(Seal Stamp)으로 문서를 봉인하던 왕의 인장이나 수도원에 쓰인 봉인 전통에서 유래되었다.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Carrión de los Condes)에 있는 베네딕토회 수녀원, 오세브레이로(O Cebreiro) 마을 수도원, 예술 감각이 있는 알베르게 등에서 특별히 이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뜨겁게 녹아내리고, 다시 차갑게 굳는 과정이 마치 인생을 담은 서약처럼 느껴진다.
세요에 담긴 산티아고 순례길 추억
누군가는 가족이나 친구 등의 죽음을 추모하며 걷는 이도 있다. 순례자 여권 첫 장에 그 사람의 이름을 적고, 사진이나 유품을 간직한 채 순례길을 걷는다. 그리고 순례길 내내, 함께했던 조개껍데기와 세요가 찍힌 순례자 여권을 무덤 앞에 둔다고 한다.*
작은 마을 알베르게에서 주인이 직접 손글씨로 쓰거나, 오래된 인장을 찍어줄 때도 있다. 순례자의 눈에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춥고, 배고프고, 외로웠던 길을 마치고, 비로소 사람의 온기를 느끼는 순간, 순례자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세요 중 하나로 남는다.
순례자들은 생장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시작하면서 받는 첫 세요와 멀고, 험난했던 여정을 마치고 받는 마지막 세요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고 말한다. 스탬프 하나마다, 그날의 기도가 찍히고, 손도장처럼 꾹 눌러 새기는 서약과도 같다. 세요가 찍힌 순례자의 여권은 순례자의 지도가 된다. 채 마르지 않은 잉크 자국에는 피레네 산맥의 안개가 있고, 아무도 걷지 않은 새벽을 나서는 설렘이 있다. 순례자 여권에 찍힌 세요들이 하나의 문장처럼 이어진다. 내가 걸었던 길에 대한 서사이고, 도장을 찍듯 오늘을 살아냈던 기록이다.
*출처 : caminomemories.com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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