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과 일몰.
여행자들은 왜 일출을 보며 황홀감을 느낄까.
여행 중에 석양을 보거나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왜 황홀한 일출에 열광할까.
매일 해 뜨는 순간을 보고 산 적이 있을까.
순례자들이 뽑은 ‘일출과 일몰이 가장 아름다운 장소’ 베스트 3
나를 마주하는 황홀한 기억
사람들은 왜 황홀한 일출에 열광할까.
1월 1일 새벽, 해마다 산은 등산객으로 붐빈다. 첫날의 일출을 보려는 이유에서다. 한 해가 저물고, 시간이 바뀌는 새벽, 눈 쌓인 겨울 산은 온통 불빛으로 장관을 이룬다. 가쁜 숨을 고르고 나면, 산그리메가 온통 붉게 물드는 순간에 젖는다. 새로운 한 해를 맞는 각자의 안녕과 소원을 비는 의식이다.

여행 중에 만나는 일출이나 일몰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도 어김없이 해가 뜨고, 진다. 탄생과 소멸, 시작과 끝을 마주하는 경이로운 순간은 하루가 주는 선물일 것이다. 하루를 마치고,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삶에 대한 경외. 새로운 시작을 위한 다짐과 희망을 꿈꾸는 매일의 기적이다. 어둠을 걷어내고, 희망이 솟구치는 아침을 맞는 희열. 지는 해를 바라보며 먼저 손을 내미는 오늘에 대한 화해. 아픔도, 욕심도, 모두 내려놓고, 쉴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이다. 특히 순례자들은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걷고, 먹고, 사랑하는 단순함 속에서 산다. 길에서 만나는 풍경은 흐트러짐 없이 오롯이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기에 더 감동적이다.
매일 해 뜨는 순간을 보고 산다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찍은 유튜브를 보다 보면, 순례자들이 캄캄한 새벽에 알베르게를 출발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일정상 조금이라도 일찍 숙소에 도착하려는 계산 때문이다. 잠도 덜 깬 새벽길을 걷다가, 문득 별들이 쏟아지는 풍경에 전율한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어스름한 달빛 아래 하얗게 서리 내려앉은 들판을 걷다가, 순례자들은 세상이 온통 벌겋게 달아오르는 황홀한 순간을 맞는다. 그토록 따뜻하고, 포근한 색감을 본 적이 없다. 이렇게 매일 해 뜨는 순간을 보고 산 적이 있었던가. 순례길에서 맞는 일출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태양의 춤사위로 남는다.
순례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과 일몰
순례자들이 뽑은 ‘일출이 가장 아름다운 장소’ 베스트 3
1. 피레네산맥에서 맞는 순례길 첫 일출, 다른 세상으로 향하는 문.
생장피드포르(St-Jean-Pied-de-Port)를 출발한 첫날, 피레네산맥에서 맞는 일출은 장관이다. 순례자들은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길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을 동시에 품는다. 순례길에서 맞는 첫해라는 감격 때문일까. 거친 바람과 숨소리, 몽롱한 안개와 구름이 공존하고, 하늘과 산과, 들판이 만나는 풍경. 오리손(Orisson) 마을에서 구름이 만든 바다 위로, 해가 떠오르는 순간, 다른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 문턱을 넘는 느낌이다.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 이럴까. 찬 바람을 맞는 가슴은 오히려 뜨거워지는 낯선 경험이다.
2. 메세타 평원(Meseta), 카스트로헤리스를 지나 테호(Teso de Mostelares) 언덕을 오르는 길에서 만나는 일출은 영혼의 독백이다.
스페인의 심장부, 부르고스에서 레온으로 이어지는 황금빛 고원지대를 순례자들은 영혼의 사막이라고 부른다. 메세타 평원은 사람이 만든 불빛이 거의 없다. ‘별들의 길(Camino de las Estrellas)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유이다. 별이 쏟아지는 하늘, 순례자들은 은하수(Milky Way)가 이끄는 적막한 들판을 걸으며, 자신과 대화한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돈키호테의 풍차 같은 내 그림자를 향해 돌진하는 내 발소리. 지평선 끝에서 빨갛게 피어나는 태양이 밀밭과 포도원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순간, 나의 안녕과 내 곁을 지켜준 이들의 안녕을 묻는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기에 모든 것을 마주하는 용기를 낸다.
3. 피스테라(Fisterra), 세상의 끝에서 다시 태어나는 신비.
길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길이 되어 떠나는 곳, 피스테라의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노을은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순례자들은 그곳을 쉽게 떠날 수 없어서 밤이 새도록 세상의 끝에 앉아, 다시 떠오르는 해를 맞는다. 대서양 바다 끝에서 솟는 뜨거운 태양은 내 삶의 전부를 벌거벗은 것처럼 들춰낸다. 내가 걸어왔던 길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 생살을 찢고, 폐부를 찌르는 아픔을 견딘다. 세상의 끝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빛의 향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과 일출을 맞는 신비로운 순간이다.
나를 마주하는 황홀한 기억
걸음을 멈추고, 내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볼 때, 비로소 보이는 풍경이 있다. 세상이 온통 붉게 물드는 아침 풍경을 잊을 수 없다. 길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자화상이었다. 신이 만든 자연이 말없이 품어주던 내 모습이었다. 주어진 시간 속에서 보고, 들었던 생생한 기억이다. 살갗을 스치거나 손 내밀어 만졌던 감촉이다. 그리움의 냄새였고, 입안을 맴도는 달콤함이었다. 순례자에게 일출과 일몰은 나를 마주하는 황홀한 기억이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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