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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순간/산티아고 순례

산티아고 순례길 신발 선택기

by JOY's Story 2025. 10. 24.
결국, 나는 익숙한 신발을 신고 가기로 했다.
구관이 명관, 순례길의 신발은 단순한 장비가 아니라, 내 삶을 길들이는 것.
산티아고 순례길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흔한 고민 베스트 3

 

순례자가 될 것인가, 고행자가 될 것인가.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고민이 있다면 무엇일까.

순간의 선택이 순례길을 걸을 것인지, 고행길을 걸을 것인지를 판가름할 것이다. 나는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숱하게 불면의 밤을 하얗게 태우고 있다. 잠도 오지 않을 만큼 좋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흔한 고민 베스트 3

 

1. 과연 내가 이 길을 끝까지 걸을 수 있을까?

순례길은 매일 평균 20~30km를 걷는다 해도, 한 달 이상이 걸리는 여정이다. 특히 처음부터 시차도 적응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레네산맥을 넘는 구간을 맞닥트리면 내가 왜 이 고생을 돈과 시간을 들여서 하는지 묻게 된다. 낯선 환경에 대한 부담감, 무릎 통증, 물집, 어깨 통증 같은 부상 위험도 크다.

 

2. 무엇을 가지고 가야 할까? 무엇을 챙기고,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까?

배낭은 곧 인생이다.”라는 말이 있다. 많은 초보 순례자들이 짐 때문에 고생한다. 또한, 모든 순례자는 배낭에 들어있는 짐 하나, 하나에 울고, 웃는다.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이 진짜 필요한가를 결정하는 순간은 인생과 닮았다. 짐 싸기는 순례자에게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삶의 본질을 정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보통 전문가들은 배낭의 적당한 무게는 체중의 10% 이하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3. 얼마나 걸어야 하고, 어디서 자야 할까?

산티아고 순례길에는 알베르게(albergue)라는 순례자들을 위한 숙소가 있다. 그러나 성수기에는 많은 사람이 몰리기 때문에 예약하기가 어렵고, 비수기에는 문을 열지 않는 곳이 많아서 음식을 먹고, 숙소를 찾는 데 애를 먹기도 한다.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걷고 싶은 마음과 몸이 말을 듣지 않는 피로의 누적, 적당한 휴식과 숙소 예약의 문제,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만 한다.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충분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할 이유이다.

그런데 나는 왜 이 상황에서 신발을 고민할까.

 

이런 흔한 고민보다 나를 더 망설이게 만든 고민은 신발이다.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육군 보병으로 만기 전역자이다. 강원도 철원 민통선에서 경기도 가평 경계에 있는 화악산까지 숱하게 걷고, 또 걸었다. 1990년대에 전투화를 신어본 적이 있는가. 그 투박한 신발을. 물집이 잡히면, 생살을 바늘로 찌르고, 실을 묶고 또 걸어야만 했다. 그러나 정작 대한민국 육군도 30일을 넘게 계속 걸어본 적은 없다. 800km를 걸어본 적도 없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걷는 길보다 먼 길을 본 적도 없다.

지극히 소심한 사람이 갖는 조바심

 

순례자들은 평지를 걷기도 있고, 숨이 차오르는 오르막을 오르거나, 아슬아슬한 내리막길도 가야 한다. 구름이 발밑으로 깔리는 산악지대, 위험천만한 도로, 끝없이 펼쳐진 초원, 돌이나 자갈이 많은 구간을 걷기도 한다. 진흙탕을 통과하고, 비가 내리거나, 눈 쌓인 구간도 지난다. 어쩌면 신발 걱정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산티아고 순례길, 신발을 고를 때 체크포인트 5가지, 다양한 자료와 경험을 기반으로

 

1. 지형과 날씨에 적합한가.

착화감이 좋고, 사이즈 업

빗물이나 진흙 길에서는 접지력이 좋고 배수나 통풍이 잘되는 신발이 유리하다. 발에 땀이 차거나 물 빠짐이 늦어 피로와 물집 위험이 커질 수 있다.

 

2. 착화감이 좋고, 평소 신는 신발보다 5-10mm 큰 사이즈를 추천한다.

걷는 동안 발이 붓기 때문이다. 신발 내부가 좁으면 발가락이 눌리거나 발등에 통증이 생긴다. 발에 충격을 최소화하는 두꺼운 기능성 양말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3. 쿠션, 지지력, 접지력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지, 신발이 미끄러지지 않는지 확인하기.

 

4. 통풍이 중요한가 vs 방수가 중요한가

결론적으로는 통풍과 방수 기능의 균형이 필요하다. 겨울 혹은 우기에는 방수 기능이 매력적이지만, 반대로 통풍이 잘 안 되면 발에 땀이 차고, 건조되지 않는 상태에서 물집이나 발 냄새를 유발하게 된다. 따라서 완전 방수보다 적절한 방수, 적절한 통풍이 균형을 갖춰야 한다.

 

5. 발목이 없는 트레킹화 vs 발목을 지지해주는 중등산화

가벼운 신발이 좋을까, 무겁지만 발목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 좋을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질문 같아서 머리가 복잡하다. 물집이나 발목 부상을 막기 위해 발목을 지지하는 중등산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요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볍고, 쿠션이 풍부한 트레킹화가 적절하다는 의견도 생각보다 많다.

항목 핵심 포인트 이유
지형·날씨 적합성 접지력, 배수·통풍 확인 진흙길, 비·눈 대비
사이즈 평소보다 5~10mm 여유 장시간 걷기로 인한 붓기
쿠션·지지력 미끄럼 방지, 충격 흡수 피로와 부상 예방
통풍 vs 방수 균형이 핵심 완전 방수보다 ‘적당히’
신발 타입 트레킹화 vs 중등산화 무게·보호력의 균형 선택

 

나에게 딱 맞는 신발을 고르는 법, 탁월한 선택을 위한 체크리스트
  • 새 신발을 *반 사이즈 또는 한 사이즈 여유 있게 신어보기.
  • 양말까지 착용하고, 미리 걷는 훈련 하기. 발에 통증이나 부상의 위험은 없는가?
  • 발가락 앞 공간(토박스, toe box) 확보 확인. 내리막에서 발끝이 부딪히지 않는가?
  • 걸을 때, 미끄러지거나 뒤틀림은 없는가? 접지력이 좋은가? 밑창이 단단한가?
  • 통풍, 발수, 방수 균형 확인. 추운 계절, 비나 눈이 오는 환경에서 발이 차갑거나, 젖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너무 무거운 방수화는 발에 피로를 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어떤 신발을 고를까.

 

사람들은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정말 다양한 신발을 추천한다. 내가 찾고, 직접 매장을 방문해서 신어 본 신발들이다.
  • 호카 스피드고트 6, Hoka Speedgoat 6
  • 알트라 론픽 9, Altra Lone Peak  9, 알트라 올림푸스 6 Altra olympus 6,
  • 로바 레니게이드 Lowa Renegade EVO GTX Mid Hiking Boots,
  • 아크테릭스 노반 LD 4, Arc'teryx Norvan LD 4,
  • 살로몬 XT-6 고어텍스, Salomon XT-6 Gore-Tex

 

가리비처럼, 노란 화살표처럼 누군가의 이정표가 되길

 

결국, 나는 익숙한 신발을 선택했다. 어떤 신발을 신을 것인가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결론. 그래서 나는 나에게 친숙한, 지금까지 산행에서 나와 함께한 신발을 그대로 신고 가기로 정했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신발이라도 나에게 맞지 않으면 낭패다. 그리고 새 신발은 나와 친숙해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끝내 맞지 않는 불편한 신발도 있다. 우리네 얽히고설킨 인생사처럼.

 

순례자가 신는 신발은 먼저 길들여야 한다. 발끝이 닿지 않는지, 뒤꿈치가 들리지는 않는지, 발등을 자극하지는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순례길 당일에, 새 신발을 착용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차라리 낡고, 싼 신발일지라도 지금까지 말없이 내 발을 감싸주는 익숙함을 선택하기로 했다. 더는 닳아서 신을 수 없을 때, 어쩌면 순례길 어딘 가에 놓아두고 올지도 모를. 우리가 함께했던 날을 추억할 기념탑을 쌓는 심정으로. 가리비처럼, 노란 화살표처럼 순례길 어딘가에서 만날 상징이 되길.

 

다음 글  사람들은 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까? 산티아고 순례길 역사적인 사건 2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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