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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순간/산티아고 순례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 길을 상징하는 장소 5곳

by JOY's Story 2025. 10. 26.
산티아고 순례길 주요 코스
2025년 12월 31일 끝과 시작이 만나는 순간
겨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이유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 길을 상징하는 장소 5곳
생장, 용서의 언덕, 부르고스 대성당, 철의 십자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겨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이유

 
나는 왜 겨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려고 하는가.
영화의 한 장면 때문이다. 셰릴이 절벽 아래로 신발을 던져버리고, 스스로 피로 물든 엄지발톱을 뽑아버리는 첫 장면은 지독하게 강렬했다.

 
“내가 한 모든 실수가, 나를 이 길로 이끌었다.”

 
영화 와일드는 미국의 작가 셰릴 스트레이드가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을 걸은 후에 쓴 원작 “Wild: From Lost to Found on the Pacific Crest Trail”에 기초한 실화 영화이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했던 것을 잃고, 자신을 내팽개쳐 버린 한 여성이 그 길을 걸으면서 어떻게 자신을 구원했는지, 어떻게 다시 태어났는지를 그리고 있다.
 
갑자기 그 길을 걷고 싶었다. 걷는 자들의 꿈, PCT 트레일은 멕시코 국경을 출발해서 캐나다 국경까지 미국 서부를 종단하는 장거리 하이킹 코스이다. 총 4,286km(2,666마일)의 거리를 약 6개월에 걸쳐 야영 생활을 하며 걷는 극한의 도보 여행이다. 그러나 직접 걸었던 사람들의 유튜브를 보고, 자료를 찾으면서 겨울에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아무리 걷는 것을 좋아한다 해도 무작정 떠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래도 무작정 걷고 싶었다. 섣부른 용기였다고 해도, 다시 주저하지 않을 용기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른다. 복잡한 셈법보다 그냥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적당히 철없게 보이기도 하고, 적당히 물러설 줄도 아는 낯선 타협의 결과물이다. 나에게 산티아고 순례길은 연륜과 치기가 섞인 불온한 낭만이었다. 적어도 그 길에서는 극한의 추위를 견디거나, 조난되거나, 생사의 기로에는 서지 않을 것 같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주요 코스 

 
나는 2025년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에 프랑스 길로 불리는 까미노 프랑세스(Camino Francés)를 걸으려 한다.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의 약 800km에 이르는 여정을 말한다. 많은 순례자가 이 길을 택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에는 다양한 코스가 있다. 출발지는 코스마다 다르지만, 도착지는 모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한다. 풍경, 난이도, 소요 시간, 혼잡도에서 차이가 있어서 순례자들의 취향과 목적에 따라 선택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주요 코스
  • 프랑스 길 : 생장피드포르에서 산티아고까지 약 800km, 가장 대중적인 코스이다. 약 30~35일
  • 포르투갈 길 : 리스본·포르투에서 출발해 약 630km, 해변 경관이 매력적이다. 약 20일
  • 북쪽 길 : 이룬에서 출발해 약 830km, 해안을 따라 걷는 아름다운 경로이지만, 험준한 지형으로 난이도가 높은 코스이다. 약 30~35일
  • 은의 길 : 세비야에서 출발해 약 1,000km, 스페인 남부에서 북서부로 종단한다. 약 40일
  • 잉글랜드 길 : 페롤 라 코루냐에서 출발해 비교적 짧고, 간결한 여정이다.

 
프랑스 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들이 있다. 단순히 지리적 지점을 넘어, 삶의 여정을 축소하고 있는 상징으로써 의미가 있다. 순례자들은 이 장소를 걸으면서 자신의 삶이 시가 되고, 인생을 노래하는 특별한 경험을 마주한다. 그 길에 서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 등 뒤로 붉게 물드는 하늘, 뺨을 스치는 바람, 꿈꾸듯 뒤척이는 겨울 들판의 냄새, 질퍽거리는 흙길을 취한 듯 걸어보리라. 몸뚱아리 전부를 하얗게 태우며 걸어보리라.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 길을 상징하는 장소 5곳

 
1. 생장피에드포르(Saint-Jean-Pied-de-Port)는 순례자의 출발점이다. 피레네산맥 아래 위치한 이 작은 마을에서 전 세계 순례자들은 첫발을 뗀다. 이곳에서 순례자들은 순례자 여권이라고 불리는 크리덴셜(Credencial)을 받아 도장을 찍으면서 자신이 순례자임을 증명한다. 붉은 지붕의 마을 풍경은 출발과 결단을 상징하며, 내면의 순례 또한 시작된다.
 
2. 용서의 언덕(Alto del Perdón, The Hill of Forgiveness)은 프랑스 길에서 빠질 수 없는 장소 중의 하나로 순례자의 내면적 전환점을 상징한다. 스페인어 “Perdón”은 “용서”를 뜻하는 단어로 문자 그대로 용서의 언덕이다. 순례자들이 스페인 내륙으로 들어서기 전 마지막으로 하나님과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던 곳으로 전해진다. 성 베드로 수도회가 세운 작은 예배당 앞에서 무릎을 꿇고 내가 용서받기를, 나 또한 용서하기를 기도한다.

 

해발 770m 언덕에는 1996년에 세워진 순례자의 조각상이 있다. 거센 바람을 맞으며 걷는 순례자들을 형상화한 작품, 길의 영혼(El Espíritu del Camino) 앞에서 순례자들은 사진을 찍는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는 미야자와 겐지의 문장처럼, 용서가 주는 힘은 신의 숨결로 풍력 발전기를 돌리는 것은 아닐까. 과거의 상처, 관계 속의 오해, 자신에 대한 죄책감 등을 내려놓고 언덕을 넘은 후에야 비로소 순례자가 된다고 말한다.
 
“용서란 잊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El perdón no es olvidar, es liberarse.”
 
순례자에게 용서란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부둥켜안고 걸어 나가는 용기이다. 순례자의 마음이 되는 순간이다.
 
3. 부르고스 대성당(Catedral de Burgos)은 믿음과 예술의 정점으로 표현된다. 13세기 고딕 양식의 걸작으로, 스페인 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손꼽힌다. 순례길 중에 만나는 가장 장엄한 건축물이며, 중세 시대가 남긴 예술의 절정이다. 순례자들은 이곳에서 인간의 손이 빚어낸 하늘을 향한 열망을 본다. 성당 안에는 영웅 엘 시드(Cid)의 무덤이 있어, 신앙과 역사, 민족의 정체성이 교차한다.
 
4. 크루스 데 페로(Cruz de Ferro, 철의 십자가)는 짐을 내려놓는 곳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레온 지방의 푸에토 에르가(Puerto Irago) 고개에 세워진 작은 철 십자가는 순례자들이 집에서부터 가지고 돌 하나를 두고 가는 장소로 유명하다. 철 십자가 아래 돌을 내려놓으며 죄, 상처, 죄책감, 이별, 슬픔, 후회를 내려놓는 것이다. 세상의 무게를 내려놓는 의식은, 순례길의 절정이자 전환점이라 불린다. 누구나 그곳에서 한 번은 서럽게 울고, 가벼워진다. 순례자들이 내려놓은 돌들이 쌓여 거대한 돌무더기가 되었다.
 
“Leave your burden here.”
우리는 과연 어떤 짐들을 지고 사는 것일까. 나는 내려놓기 위해 무엇을 들고 가야 하는가. 내가 내려놓아야 할 돌은 무엇인가.
 
5. 마지막으로 별들의 들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Catedral de Santiago)은 여정의 완성이자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사도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최종 목적지, 순례길은 마쳤지만, 삶의 순례가 다시 시작되는 곳이다.
 
“We made it.”
 
성당 앞 광장에 도착한 순례자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토해낸다. 드디어 해냈다는 안도감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감정, 누구도 쉽게 광장을 떠나지 않는다. 여기서 순례 증서인 콤포스텔라(Compostela)가 발급된다. 남은 삶을 순례자의 마음으로 살겠다는 다짐이다.
 

2025년 12월 31일 끝과 시작이 만나는 순간

 
내가 잃어버렸던 나를 마주하는 순간, 나는 참았던 눈물을 터트릴까. 나를 미워하고, 학대하던 나와 내가 미워했던 모든 것, 싸늘하던 말투, 외면하던 눈빛마저 용서하자. 순례자를 위한 미사를 드리며 파이프 오르간의 장엄한 소리에 눈을 감아보자.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타이른다. 어디서든 한번, 실컷 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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