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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순간/산티아고 순례

산티아고 순례길, 지금 나에게 필요한 용기

by JOY's Story 2025. 11. 24.
왜 굳이 겨울 산티아고 순례길인가. 
파리에서 생장까지 가는 법. 
야간열차를 선택한 이유. 
노틀담 대성당에서 시작되는 진짜 순례의 길. 센강을 따라 걸으면서 꼭 봐야 할 것. 
나만의 불온한 낭만 

 

불온하다, 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질이 있다. 국어사전의 정의이다. 과연 누가 누구를 불온하다고 규정하는 것일까. 오랜 망설임 끝에 비행기 예약을 마쳤다. 나만의 불온한 낭만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122912:05 KE901 출발해서, 18:30 파리 Paris Charles de Gaulle Airport 도착하는 여정이다. 장장 14시간 25분의 비행을 나는 왜, 굳이 겨울에 떠나려는 것일까. 그리고 다시 야간열차에 지친 몸을 싣고, 밤새 바욘까지 이동이라니. 122921:40 Paris Austerlitz 출발, 123007:28 Bayonne 도착하는 기차표를 94유로에 예약했다. 바욘에 도착하면 하루를 숙박하거나, 곧바로 생장으로 이동할지는 더 고민할 예정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파리에서 생장까지 가는 법

 

파리 샤를 드골 공항(CDG)에 내리면, 코끝에 와닿는 오래된 시간의 냄새에 취한 채, 순례자들은 프랑스 생장 피드포르(Saint-Jean-Pied-de-Port)로 이동해야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첫발을 내딛는 특별한 의식이 치러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드골 공항에서 생장까지 가는 길은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당신의 순례길을 어떤 색깔로 물들일 것인가 선택해보자.

 

1. TGV 고속열차로 가는 방법

 

공항에서 RER B선을 타고 Gare du Nord 역으로 간 뒤, 지하철 4호선을 이용해 몽파르나스(Montparnasse) 역으로 이동한다. 소요 시간은 약 1시간이다.

몽파르나스 역에서 TGV 고속열차를 타고 바욘(Bayonne)으로 약 4시간 30분 이동한 후, 바욘에서 TER 지역 열차로 갈아타면, 1시간 20분 후에, 생장에 도착한다이 방법은 가장 대중적이고, 빠르며, 여유로운 경로이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프랑스 남부의 초원과 포도밭 풍경은 긴 여정의 피로를 달래줄 것이다.

 

2. 버스로 가는 방법

 

비용을 아끼고 싶다면 FlixBusBlaBlaCar Bus를 이용할 수 있다.

파리 베르시(Bercy)몽파르나스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출발해 바욘 또는 빌바오(Bilbao)까지 가는 노선이 있다. 소요 시간은 약 10~12시간으로 길지만, 버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프랑스 시골의 풍경은 한 편의 드라마처럼 느리게 다가온다. 바욘에 도착한 후에는 TER 열차로 생장까지 이동한다.

 

3. 야간열차로 가는 방법

 

요즘 많은 순례자가 선택하는 루트는 파리 오스테를리츠역(Gare d’Austerlitz)에서 바욘(Bayonne)까지 야간열차(Nuit Train)를 이용해서 이동하는 방법이다. 오스테를리츠역은 주로 프랑스 남서부와 스페인 방향으로 향하는 장거리 기차들이 출발하기 때문에 낮에는 한적하지만, 밤이 되면 순례자들과 여행자들이 모여드는 낭만이 넘치는 곳이다. 살면서 한 번이라도 야간열차를 타본 적이 있는가. 긴 터널을 지나듯 내면의 고요로 향하는 밤 기차에 지친 몸을 맡겨본 적이 있는가.

 

나는 왜 야간열차 루트를 선택했는가.

 

바욘까지 향하는 야간열차 루트를 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자신이 무슨 대단한 순례자라도 된 듯, 프랑스 파리까지 갔으면서도 에펠탑을 보는 사치를 용납하지 않는 것에 대한 자책 혹은 타협이었다. 비록 에펠탑은 보지 못했지만, 노틀담 대성당이라도 보자는 단순하지만, 원초적인 욕망이었다. 노틀담을 품은 4km의 산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1229일까지 내가 그려야 할 이미지 트레이닝이다.

 

1. 샤를 드골 공항 2 터미널 (Aéroport Charles de Gaulle 2 – TGV)에서 출발한다.

도착 후, 공항 내 RER B선 표시(Bleu‘B’ 마크)를 따라 이동한다.

Aéroport Charles de Gaulle 2 TGV 역은 터미널 2와 연결되어 있다.

티켓 자판기에서 “Paris (zone 1)”까지 RER B 티켓을 산다. 비용은 약 11.80이고, 10~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첫 칸이나 마지막 칸보다는 중간 객차가 짐 보관이 편리하다. 도심 구간에서는 분실 위험 때문에 소지품을 항상 가까이 둬야 한다.

 

2. 약 35~40분 후, Saint-Michel – Notre-Dame 역에 도착한다.

이곳은 파리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노틀담 대성당을 마주할 수 있는 지역이다. 개찰구를 나가면, 곧바로 센 강(Siene)과 노틀담 성당의 첨탑이 보인다. 성당 앞 광장은 프랑스에서 모든 도로의 기준점이 되는 제로 포인트(Point Zéro)가 있는 곳이다.

 

노틀담 대성당을 등지고, 센 강변의 퀴 드 몽테벨로(Quai de Montebello)를 따라서 동쪽으로 걷는다. 이 구간은 현지인들에게도 산책로로 유명하다오른쪽으로는 파리 식물원 자르뎅 데 플랑트(Jardin des Plantes)가 펼쳐지고, 왼쪽으로는 센 강 위에 떠 있는 센강 유람선 Batobus 선착장이 보인다식물원 입구를 지나면 곧 오스테를리츠 다리(Pont d’Austerlitz)가 나오고, 다리를 건너지 않고, 강을 따라 직진하면 오스테를리츠(Gare d’Austerlitz)역에 도착한다.

 

노틀담 대성당에서 오스테를리츠역까지, 나만의 이미지 트레이닝

 

노틀담 대성당은 2019년 화재 이후 복원 중이지만, 웅장한 파사드와 센 강변의 석조 다리들은 여전히 순례자의 심장을 뛰게 하는 매력이 있다. 우리는 이 길에서 무엇을 보아야 할까.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 퐁 누프(Pont Neuf) 다리를 건너보자. 이곳에 서면 도시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강 건너 루브르 박물관의 위엄, 그리고 멀리 아련하게 보이는 에펠탑의 실루엣은 인간의 역사와 예술 그리고 믿음이 함께 흐르는 상징이다.

 

그리고 오래된 서점과 카페가 늘어선 생제르맹 데 프레(Saint-Germain-des-Prés) 거리를 걸어보자. 철학자 사르트르와 시인 보들레르가 사랑했던 길, 노천 테라스에 앉아 진한 커피 내음을 맡으며 나는 왜 이 길을 걷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마지막으로 생장의 초록빛 언덕과 잔잔한 연못을 상상할 수 있는 뤽상부르 공원(Jardin du Luxembourg)을 향해 걷자. 내일이면 나는 피레네의 산맥 어딘가에서 내가 품었던 초심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RER B를 타고 노틀담 역까지, 그리고 센 강을 따라 오스테를리츠 역까지 걷는 4km의 길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가장 빛나고, 아름다우며, 순결한 예식이 될 것이다. 내 삶에 가장 분주했던 날들에 대한 따뜻한 위로이며,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의식이다. 먼 훗날 나의 산티아고 순례길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추억할 수 있는 작은 보석 같은 하루를 나는 나에게 선물한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용기는 내가 나를 위로할 수 있는 불온한 낭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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